[도시재생 현장을가다] (16)독립투사 흔적들, 최고 관광상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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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현장을가다] (16)독립투사 흔적들, 최고 관광상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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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현장을가다] (16)독립투사 흔적들, 최고 관광상품으로


송고시간 2023-09-02 06:05


저항시인 이상화 등의 고택·종교유적 엮은 대구 중구의 5개 골목투어길

도시 개발로 사라질 위기의 유산들, 시민 모금운동 등으로 보존

연간 최대 80만명 찾는 관광 명소 만들어…교육적 효과도 커


편집자 주 = 현대 도시의 이면 곳곳에는 쇠퇴로 인한 도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와 신도시 개발, 기존 시설의 노후화가 맞물리면서 쇠퇴는 더욱 빠르고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날로 늘어가는 쇠퇴 도시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도시 경쟁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도시재생은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그치지 않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시의 재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모범적인 도시재생 사례를 찾아 소개함으로써 올바른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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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근대문화골목의 '저항시인' 이상화 고택 

[촬영 = 백도인 기자]


(대구=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대구광역시 중구는 예로부터 대구의 중심이었다. 조선시대 대구읍성과 경상감영, 약령시가 있었고 일제 강점기를 전후한 근대의 문화유산도 곳곳에 남아있다. 일제에 맞서 싸웠던 우국지사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들 문화유산은 2008년 이후 '근대로의 여행 골목투어'로 잘 정리돼 대구의 핵심 관광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도시 개발의 거센 열풍 속에서 자칫 흔적이 없이 사라질 위기를 딛고 이뤄낸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골목투어는 모두 5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코스는 여러 독립투사의 고택들과 유서 깊은 종교 시설물들을 하나로 묶어낸 '근대문화골목'이다. 1.64㎞ 길이의 골목길로, 둘러보는 데 2시간가량이 소요된다.


◇ 국채보상운동 서상돈·항일 무장투쟁 이상정 살았던 곳

대구 중구는 먼저 저항시인 이상화와 민족운동가 서상돈 등이 살았던 고택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고, 서상돈은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의 간부로 활동하면서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했던 이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는 이들의 고택은 대구 중구의 도시재생사업이 아니었으면 사라졌을 문화유산이다. 이 일대에 대형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서 헐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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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골목의 외국인들 

[촬영 = 백도인 기자]


그러나 대구 중구가 복원하기로 결정한 뒤 매입하면서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시민들도 성금을 모아 힘을 보탰다고 한다.


근대문화골목에는 이들 두 애국지사의 고택과 함께 이상화의 형으로 중국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했던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 계몽운동과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했던 애국지사 박기돈 등의 고택도 있다. 조선 효종 때 한약재와 약초를 파는 시장으로 개설된 뒤 상설화된 전통시장인 약령시도 여기에 있다. 살아있는 역사 교육 현장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에서 찾아오는 학생들이 유독 많다.


이영숙 골목해설사 회장은 "책에서만 봤던 그 독립투사의 집이 맞느냐며 신기해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관광 효과도 크지만 교육적 효과도 그에 못지않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는 독립운동가들의 고택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시야를 가리는 담장들을 헐어내고 전신주를 지중화해 이미지를 개선했다. 골목에는 근대 분위기의 황톳길을 깔고 야간에도 탐방을 할 수 있도록 조명시설을 설치했다. 일부 골목길의 담을 복원할 때는 1920년대의 벽돌을 어렵게 구해 이용할 만큼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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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물에 둘러싸여 헐릴 뻔했던 서상돈 고택 

[촬영 = 백도인 기자]


◇ 대구 최고(最古)의 성당·교회 등 종교 유산도 한몫

이 코스에는 계산성당과 제일교회 등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 성당과 교회, 선교사들의 고택 등 종교 유산들도 많다. 그래서 세계 각국 종교인들의 성지 순례 코스이기도 하다.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의 묘역까지 조성돼 있어 후손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이 골목해설사 회장은 "휴가철이면 전체 방문객의 20%가량이 외국인인데, 상당수가 종교적인 이유로 찾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관광지 가운데 이렇게 외국인 비중이 높은 곳도 흔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3·1 만세운동길 언덕에 있는 선교사 주택들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도 크지만 그 아름다움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100년이 넘은 독특한 서양식 주택들과 잘 가꿔진 정원은 마치 유럽의 한 고즈넉한 마을에 와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김유빈(28·여)씨는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근대유산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며 "그래서 시간 날 때면 가끔 찾아와 여유를 즐긴다"고 말했다.


일행인 김가윤(31·여)씨도 "대구를 회색 도시로 생각한다지만 이런 보물들이 많이 숨어있는 도시"라면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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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가 살았던 아름다운 풍경의 서양식 주택 

[촬영 = 백도인 기자]


근대문화골목에서는 인력거 타기, 탁본, 한복 입어보기 등의 다양한 체험행사와 문화 공연도 마련돼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고택이자 이건희 회장의 생가터,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 터, 경상감영 공원, 위안부 역사관, 최제우 선생 순교지의 '최제우 나무' 등을 연결한 '경상감영 달성길'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전태일 열사의 옛집과 천주교 신자들의 성지 순례지인 관덕정 순교기념관, 성유스티노신학교, 샬트로성바오로수녀원, 성직자 묘지 등을 둘러보는 '남산 100년 향수길'도 인기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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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고택 입구의 골목길 

[촬영 = 백도인 기자]


◇ 삼성그룹의 역사·노동운동가 전태일 옛집 등도 투어길로 묶어

가수 김광석이 유년 시절을 보내며 오갔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끼고 옛 대구형무소, 대구향교 등을 엮은 '삼덕봉산문화길'도 있다.


이들 5개 골목투어 코스는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이제 대구의 핵심 관광콘텐츠가 됐다. 2012년 6만2천여명에 그쳤던 관광객은 2015년 20만2천명, 2017년 51만3천명, 2019년 83만3천명으로 해마다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로 주춤했지만 조만간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벤치마킹을 온 전국 자치단체 관계자도 그동안 1만3천명이 넘는다.


국내 관광 분야에서 최고의 상으로 일컬어지는 '한국관광의 별'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100곳', '지역문화브랜드 대상', '지역특화 문화관광 분야 최우수상' 등을 수상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몰려드는 관광객은 주변 상가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영숙 해설사는 "핸드마이크로 설명하면서 관광객을 이끌고 다닐 때면 '시끄럽다'며 민원을 제기했던 상인들이 이제는 얼음물을 주면서 '고맙다. 수고한다'고 격려를 해주곤 한다. 그만큼 장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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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의 3·1만세운동길 

[촬영 = 백도인 기자]


대구 중구는 대구읍성을 미디어아트로 재현한 '대구읍성 영상관', 관광객을 위한 쉼터인 '우현 하늘마당', 대구형무소를 재현한 '역사관' 등을 추가로 짓기로 하는 등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골목마다 스토리를 입히는 스토리텔링 사업과 종교 시설물이 집중된 종교타운을 관광 자원화하는 사업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구를 넘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김유진 대구 중구 골목마케팅 팀장은 "한때 중구는 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로 낙후를 면치 못했던 곳"이라며 "자칫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역사와 문화 자원들을 잘 묶어내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이제는 '살고 싶은 도시', '관광 중심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doin100@yna.co.kr


출처 : 연합뉴스

원문보기 : https://www.yna.co.kr/view/AKR20230831042000055?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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