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 오두막서 한여름 밤 보내볼까... 17일 개장 서울 '수락휴' 가보니
나무 위 오두막서 한여름 밤 보내볼까... 17일 개장 서울 '수락휴' 가보니
[요즘 여행]
서울 노원구 '수락휴'
경기 평택시 '트리하우스'
편집자주
일상이 된 여행. 이한호 한국일보 여행 담당 기자가 일상에 영감을 주는 요즘 여행을 소개합니다.
서울 노원구 자연휴양림 '수락휴'에 트리하우스 3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경기 평택시 '트리하우스'의 '상수리집'.
어른의 눈길을 피해 지은 숲속 다락 성채, ‘트리하우스(나무집)’에는 동심이 있다. 아이들은 나무 위에 올라 하늘을 보며 꿈을 키운다. 아이들의 로망으로 여겨졌던 트리하우스가 낭만적인 휴양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오지의 숲속이 아닌 서울과 수도권에도 트리하우스 낭만이 실현된다. 서울 노원구 수락산에 트리하우스가 설치된 서울 최초의 자연휴양림 '수락휴'가 17일 문을 연다. 지난 6월 진행된 7월 숙박 예약은 평일 포함 전 객실이 3분 만에 매진됐고, 10일 진행된 8월 예약도 4분여 만에 마감됐다. 시범 운영 중인 수락휴에서 하룻밤을 보낸 데 이어 국내 트리하우스 성지 경기 평택시 '트리하우스'를 찾았다.
복층 다락에 천창... 나무 위 오두막
서울 노원구 자연휴양림 '수락휴' 내 트리하우스.
수락휴는 노원구가 8년간 213억7,700만 원을 들여 조성했다. 9,800㎡의 부지에 18개 동 25실의 객실로 구성돼 있다. 숙박 정원은 82명으로 최대 105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이용 요금은 성수기 및 주말 기준 본동 2인실은 7만 원, 독채 2인실은 9만 원, 4인실은 15만 원, 트리하우스는 25만 원이다.
수락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객실은 단연 트리하우스다. 트리하우스는 전체 객실 25채 중 3채다. 12~14m 높이에 설치된 트리하우스는 철골 구조 위에 목조 주택을 올렸다. 나무 위에 설치된 집은 아니지만 숲속 공중에 떠 있어 나무 위에 오른 느낌과 비슷하다. 철제 계단을 오르면 출입문이 나온다. 문을 열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것은 벽 한 면을 전부 차지한 통창. 통창으로 숲속 풍경이 방을 가득 채운다. 천창 중간에는 원형 개폐구를 설치해 전체 창을 열지 않고도 숲의 소리와 향을 방으로 들일 수 있도록 했다. 통창을 열면 숲을 향해 나 있는 발코니로 나가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서울 노원구 자연휴양림 '수락휴' 내에 있는 트리하우스. 철골 구조 위에 나무 집을 설치했다.
숲속 나만의 오두막에서는 음악도 즐길 수 있다. 전 객실에 LP플레이어가 구비돼 있다. TV나 컴퓨터는 없다. LP플레이어가 유일한 전자오락 장비다. 객실에 LP도 비치돼 있지만 다른 음악을 듣고 싶다면 방문자센터에서 다른 LP를 빌려올 수 있다. 지역 주민의 기부를 받아 마련했다. 보드게임과 도서도 센터에서 빌려 객실에서 이용할 수 있다.
수락휴 트리하우스 침대 위 창으로 보이는 밤 풍경. 이날은 구름이 많아서 별은 보지 못했다.
최대 4명이 이용 가능한 트리하우스는 다락이 있는 복층형 구조로 돼 있다. 내부가 모두 목재로 마감돼 숲속 오두막처럼 따스하고 아늑하다. 다락에는 2인용 침대 하나와 양옆 협탁이 전부다. 층고가 2m도 안 돼 허리를 펴고 설 수 없다. 다락 침대에 누우면 하늘이 시야 가득 들어오는 천창과 양옆 전면창 덕에 마치 숲속에서 잠을 청하는 기분이다.
이달 수락휴에서 숙박한 이현주(51)씨는 "한밤중 천창으로 바라본 하늘이 별빛과 달빛으로 밝게 물들어 있었다"며 "도시의 빛 공해 없이 별빛을 쬐니 오롯이 우리 가족만 숲속에 남은 느낌이었다"고 감상을 전했다. 날씨가 궂어도 빗소리가 오히려 숲속 정취를 돋운다. 천창으로 떨어진 빗방울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서울 노원구 자연휴양림 '수락휴' 내 햇살정원.
입·퇴실 전후로 수락휴의 조경도 꼭 즐겨보기를 권한다. 수락휴의 정원은 초입의 '하늘정원', 객실들이 위치한 '햇살정원', 트리하우스 인근의 '별빛정원' 등 세 구역으로 나뉜다. 하늘정원의 옥상에는 니포피아, 꽃백합, 수국, 원추리 등 20여 종의 초화가, 부지 전체에는 황금조팝, 가우라베이비, 에키네시아 등 50여 종의 초화가 아름답게 식재돼 있다. 곳곳에 설치된 딱따구리 등 목재 소품은 휴양림이 들어서기 전에 있던 나무를 활용해 제작했다. 정원을 잇는 도로에 수락산 토착 곤충인 갈색여치도 볼 수 있다.
서울 노원구 자연휴양림 '수락휴' 트리하우스.
수락휴는 접근성이 뛰어나다. 장동진 노원구 휴양림관리팀 주무관은 “서울에서 휴양림을 가려면 차를 타고 멀리 이동해 산 깊은 곳까지 가야 했는데 수락휴는 지하철 4호선 불암산역에서 불과 1.6㎞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이용 가능하다. 계단과 턱을 넘지 않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시설이다. ‘무장애 숲길’을 통해 휴양림을 둘러볼 수 있다. 장애인 우선 객실은 휠체어가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타 객실 대비 넓게 설계됐다.
정윤경 노원구 언론팀장은 "애초 수락휴 구상은 해외 트리하우스를 보고 '우리도 저런 공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됐다"며 "지상 건물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트리하우스를 많이 지을 순 없었지만, 전체 객실에서 숲속 오두막에 머무는 느낌을 주기 위해 목재를 많이 쓰고 창도 크게 냈다"고 말했다.
허클베리핀, 톰소여처럼... 아빠가 지은 오두막
경기 평택시 '트리하우스' 허클베리. 완공 20년이 넘은 부지 내 최고령 트리하우스다.
경기 평택시의 '트리하우스'는 국내에서 트리하우스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온·오프라인 입소문을 타고 이국적인 피크닉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숙박은 안 되지만 숲속 나무 위에서 온종일(오전 10시~오후 10시)을 보낼 수 있다. '허클베리' '톰소여' '상수리' 등의 이름이 붙은 4개의 트리하우스가 숲속에 모여 있다. 숲속을 탐험하듯 가파른 층계와 출렁다리 등을 통해 오두막으로 갈 수 있다. 문을 통과할 때는 머리를 찧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현관문을 열면 나무 기둥이 솟아있기도 하다. 한나절만이라도 동화에 나오는 숲속의 아이가 될 수 있다.
이곳은 애초에 아빠가 딸을 위해 지은 집이다. 딸인 정솔희 트리하우스 대표는 “어릴 적 책에서 트리하우스에 대해 읽고 ‘아빠 트리하우스 만들어 줘!’라며 졸랐다”고 회상했다. “아버지도 어린 시절 나무를 타고 자주 놀아서 ‘나무에 집 한번 지어보자’는 꿈이 있었다”며 마침 맞아떨어진 부녀의 꿈이 트리하우스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표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2003년 당시 살던 집 마당에 첫 트리하우스가 탄생했다.
경기 평택시 '트리하우스'의 '톰소여'.
경기 평택시 '트리하우스' 톰소여 내부에 나무 기둥이 솟아 있다.
첫 트리하우스 완공 이후 정 대표의 아버지는 본격적으로 트리하우스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어떻게 하면 나무도 살리고 수십 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아버지의 실험 공간”으로 트리하우스가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미국에서 현대식 트리하우스 공법을 배워 직접 국내 수종과 기후에 맞춰 개량했다. 각기 다른 기법과 콘셉트로 한 동씩 올리다 보니 어느새 대형 트리하우스만 네 채로 늘었다. 방문객이 이용 가능한 네 채 외에도 개방 정자형 트리하우스, 행잉 트리하우스, 동물용 트리하우스 등 실험적 구조물이 곳곳에 있는 이유다.
트리하우스 부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상수리집'이다. 네 동의 트리하우스 중 가장 최근에 지어져 "기술적으로 가장 진일보한 집"이라고 한다. 창을 큼직하게 내 개방감이 좋고 층고도 이전에 비해 높은 편이다. 상수리집 옆에는 리셉션동과 숙박을 할 수 있는 민박집, 사계절 수영장이 있다. 추운 겨울에도 온수풀로 운영해 언제나 이용 가능한 수영장은 주인공인 트리하우스 못지않게 이곳의 인기 비결이다. 이용객마다 1시간 30분씩 숲속 수영장을 독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수영장 바로 옆에는 '은행나무집'이 있다. 완공 시기로 치면 4채 중 셋째지만 은행나무집의 1층 침실이 바로 2003년에 최초로 지은 첫 트리하우스다. 당시 지은 집을 그대로 옮겨와 증축했다. 아늑하고 수영장 접근성이 좋아 가족 단위 방문객이 가장 선호한다.
경기 평택시 '트리하우스'의 허클베리.
경기 평택시 '트리하우스' 상수리집 전경. 트리하우스 제공
은행나무집을 지나 산길을 따라 차로 5분가량 올라가면 '허클베리'와 '톰소여'가 있다. 이 부지에 최초로 지어진 트리하우스 1·2호다. 보다 전통적인 공법으로 지어져 트리하우스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띈다. 산 중턱에 있어 '숲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숲속에 있는 공간이다. "정석적인 트리하우스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한 정 대표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트리하우스도 톰소여"라고 귀띔했다.
정 대표는 시끌벅적한 도시의 공해를 벗어나 자연의 품속에서 안식을 취하는 숲캉스(숲에서 보내는 바캉스)를 적극 추천했다. 그는 "자연을 공간으로 들여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트리하우스 건축 철학"이라며 "트리하우스에서는 짧은 시간에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출처 : 한국일보
원문기사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1508060001855?di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