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힘들어도 여행 가야…갔다오면 자존감 확 올라요"[당신 옆 장애인]
"장애인들, 힘들어도 여행 가야…갔다오면 자존감 확 올라요"[당신 옆 장애인]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장애인 여행 활성화, 경제 활성화와 연결"
추천하는 곳은?…"여행하기 좋은 곳부터"
[서울=뉴시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사진=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2025.07.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어쩔 수 없이 차를 놓치고, 식당과 숙소를 찾아 헤맬 때도 있지만 장애인도 여행을 가야 해요. 스스로 갔다오면 자존감이 올라가죠. 우리나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만난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장애인 여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20대까지는 평범한 삶을 살던 전 대표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되면서 근육의 힘이 약해지는 난치성 질환 중 하나인 유전형 근이영양증으로 걸을 수 없게 됐다.
비장애인으로 30년 가까이 살다가 마주한 장애에 전 대표도 처음에는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그런 전 대표를 일으켜 세운 건 가족의 힘이었다. 그는 "유전형 질환이라고 하는데, 내가 잘못 생각을 하면 동생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어서 마음을 다 잡고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래부터 여행을 좋아했던 전 대표는 장애를 갖게 된 후에도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여행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장애 전후로 달랐다.
전 대표는 "장애인 관련 시설이 잘 안돼있으니 가족들과 차를 타고 가면 이동은 되지만 활동이 안 된다"며 "여행을 가면 화장실 가기가 불편하니까 맛집에 가도 안 먹게 되고 휠체어를 밀어주는 가족에게도 미안해졌다"고 말했다.
그런 전 대표가 처음으로 자유 의지를 갖고 여행을 한 곳은 정동진이었다. 휠체어로 기차를 올라갈 수 없어 역무원이 전 대표를 업고 휠체어를 들어주면서 여행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전 대표가 스스로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보고 싶은 것들을 볼 수 있는 여행이었다.
[서울=뉴시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사진=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2025.07.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게 여행을 지속한 전 대표는 해외여행을 통해 장애인의 삶과 관련 제도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2004~2005년에 인도를 갔는데 온 천지가 장애인이었다. 그때는 그 나라에 휠체어도 없어서 장애인이 바닥을 기어다니거나 자기들의 방법으로 다녔다. 그런데 일본을 갔더니 전동휠체어가 많고 심지어 바닥이나 턱에 걸리는 것도 없었다. 극과 극을 경험하다보니 여행도 여행이지만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후 전 대표는 일본을 자주 방문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일본은 지하철 역마다 교통약자를 안내해주는 역무원이 있는데, 이들이 경사로를 들고 다니면서 지하철을 탈 때까지 함께 다니고, 목적지를 물어본 후 해당 목적지에 미리 역무원이 대기해 하차도 돕는다. 관광지마다 안내판에 교통약자용 안내판이 있고, 공항이나 지하철역에는 안내견 화장실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곳도 존재한다.
전 대표는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리프트를 타야 하는데 중간에 서는 경우도 많아서 리프트만 타면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며 "단차가 높은 곳을 이동할 때는 휠체어가 올라가다가 걸려서 내 몸만 지하철 안으로 개구리처럼 넘어지게 된 때도 있었다. 휠체어가 낀 상태로 지하철이 출발해 사람들이 기관실 문을 두드려 멈춰 세운 적도 있다"고 했다.
장애인 여행은 비장애인보다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전 대표는 "어쩔 수 없이 길에서 밤을 보내야 할 때도 있고 굶을 때도 있고 오줌을 쌀 때도 있다"며 "내가 내 돈 내고 밥을 먹으려고 해도 받아주지 않는 식당도 있다. 우리에게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집이 맛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전 대표는 "여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을 갔다오면 자존감이 확 올라간다.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이나 관광 선진국을 보면 관광시장의 40%는 관광약자"라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시설이 잘 돼있는 곳만 가기 때문에 그런 곳에 충성심이 높다. 유럽에도 베리어 프리 호텔은 공실률이 거의 없다. 장애인 여행 활성화는 곧 경제활성화와도 연결이 된다"고 말했다.
여행을 하려는 장애인에게 추천하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전 대표는 "여행하기 좋은 곳과 여행하고 싶은 곳이 있을 텐데 여행하기 좋은 곳을 먼저 가는 게 좋다. 부산은 KTX도 있고 지하철도 있고 저상버스도 많고 숙박시설도 잘 돼있다. 기차역에서 바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곡성 같은 곳도 있다. 해외로 간다면 일본이 접근성이 좋고 여행하기 편하다"고 했다.
국내 장애인 여행 활성화를 위해선 남아있는 과제가 수두룩하다. 전 대표는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여행이 시티투어 버스인데 전국에 300여개 노선 중에 저상버스가 제공되는 노선은 10여개 뿐"이라며 "숙박 플랫폼도 많은데 장애인 객실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플랫폼은 없다"고 했다.
또 전 대표는 "대한장애인체육회나 장애인문화예술원같은 공공기관은 있는데 장애인 관광 관련 공공기관은 중앙부처에 없다"며 "공공기관이 중심 역할을 해서 무장애 관광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출처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