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행주간, 열린관광지로 떠나볼까?
봄 여행주간, 열린관광지로 떠나볼까?
[봄 여행주간 특집 ①] 열린관광지로 알아본 대한민국 무장애 여행 현주소
신록이 꽃보다 아름다운 시절. 4월 28일부터 5월 13일까지, 봄 여행주간입니다. 이번 여행주간 슬로건이 ‘여행이 있어 특별한 보통날’ 이라는데, 파릇파릇 돋아난 신록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보통날 즐기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봄 여행주간에는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뿐만 아니라 다양한 TV 속 여행지 프로그램이 마련됐다는데요. 어디든 한 번 발걸음을 던져보시죠. <편집자 주>
장애인용 승강기의 문이 열리고 왼쪽으로 돌자 에스컬레이터가 보였다. 그리고 그 에스컬레이터의 끝에서 말로만 듣던 ‘거대 예수상’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번의 경유로 비행기 탑승만 약 30시간. 우리나라의 정반대에 위치한 브라질에서 거대 예수상을 보는 감회는 남달랐다.
장애인 팀원들과 함께 본 브라질의 거대 예수상. |
하지만 조금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남미를 찾은 일행에겐 거대 예수상 보다 다른 점이 더 놀랍게 다가왔다. 심지섭 씨는 “해외로 여행을 온 것은 정말 처음인데 사람들이 너무 친절했다. 또한 관광지나 랜드마크를 보러가는 길이 너무 편안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도 장애인들이 큰 부담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장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승강기, 에스컬레이터가 마련됐다. |
방문 당시 올림픽과 월드컵 등의 국제적인 행사를 준비하던 브라질은 ‘장애인들을 위한 관광지의 베리어프리(barrier-free, 장애물이 없는)’를 잘 갖춰둔 것으로 유명했다. 이에 장애인 대학생들과 비장애인 대학생들이 팀을 맺어 브라질의 무장애 여행과 문화향유에 대한 해외연수를 진행했었다.
대학교, 박물관, 미술관 할 것 없이 베리어 프리가 잘 갖춰졌다. |
브라질의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꾸리찌바, 이과수 등을 돌아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대중교통 이용 시에 장애인에 대한 기사들의 배려가 정말 남달랐다는 점이다. 직접 내려서 휠체어를 위한 리프트를 이용하게 해준다거나 친절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공통적이었다.
완벽한 베리어프리를 갖췄던 상파울루 주립대학의 도서관. |
또한 관광지와 유명 대학들의 경우 완벽한 베리어프리가 갖춰진 열린 장소여서 지체장애인들이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자유로이 다닐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스포츠클럽이나 다양한 시설들이 마련돼 많은 부러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장애인을 위한 완벽한 대중교통 체계를 갖춘 꾸리찌바. |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전 세계에서 교통이 가장 잘 갖춰진 도시라 불리는 꾸리찌바였는데, 해당 도시의 경우 특이한 형태의 버스 정류장에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와 안전을 위한 장치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고, 모든 택시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표시가 갖춰져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축구경기를 즐기는 장애인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
세계적인 행사를 앞뒀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본래 브라질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인프라 조성이 매우 잘 이뤄진 국가였다. 2010년대 초반이었음에도 장애인을 위한 경기장 좌석이 다 마련됐고, 스태프들이 직접 휠체어를 끌고 경기장 내 장애인 좌석에 데려다 주는 모습도 당연한 풍경이었다.
작은 배려가 확산되어 큰 변화를 이룬다. |
브라질 연수를 통해 가장 확실히 느낀 것은 무장애 여행과 베리어프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수록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도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확산 효과’가 생겨난다는 점이었다.
브라질 해외연수는 무장애 여행에 대한 많은 배움을 줬다. |
김성훈 씨는 “장애를 가진 학생으로 브라질 연수는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다녀와서 작성한 보고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우리나라 관광지의 베리어프리와 무장애 여행에 일조할 수 있었다.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 우리나라에도 베리어프리란 용어가 익숙해졌고, 무장애 여행지가 마련되고 있어 흐뭇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무장애 여행의 현주소, 열린관광지에서 점검하다
그렇다면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룬 우리나라의 무장애 여행은 어떤 수준일까? 우리나라 무장애 여행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열린관광지’에 주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열린관광지는 장애인, 노인, 영유아 동반 가족 등 모든 관광객들이 이동할 때 불편함이 없으며, 관광 활동에 제약이 없이 즐길 수 있는 무장애 관광지를 뜻하며, 2015년부터 추진돼 2018년까지 총 29개소가 선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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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무장애 여행, 열린관광지로 살펴보자. |
바로 며칠 전 발표된 ‘2018년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 지원 대상 12곳은 ▲ 아산시 외암마을 ▲ 시흥시 갯골생태공원 ▲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 무주군 반디랜드 ▲ 함양군 상림공원 ▲ 부산광역시 해운대해수욕장&온천 ▲ 장흥군 정남진 편백 숲 우드랜드 ▲ 부여군 궁남지 ▲ 여수시 해양공원 ▲ 영광군 백수해안도로 ▲ 산청군 전통한방휴양관광지 ▲ 합천군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월 실시한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 공모를 통해 참여한 26곳을 대상으로 무장애 관광, 편의시설, 건축, 수요자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서면, 현장 심사를 거쳐 최종 12곳을 엄선했다. 이번에 선정된 곳은 앞으로 화장실, 편의시설, 경사로 등 시설 보수와 관광 안내체계 정비, 홍보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첫 번째 열린관광지 - 용인 한국민속촌
대표적인 열린관광지인 한국민속촌. |
이에 우리나라의 무장애 여행에 대해 알아보고자 두 곳의 열린관광지를 직접 방문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열린 관광지는 용인 한국민속촌이다. 2015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용인 한국민속촌은 장애인과 아동들 모두 편하게 통행할 수 있는 관광지로 정평이 나있다.
장애인 주차장이 잘 갖춰져있어 흐뭇했다. |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 버스를 타고 도착한 한국민속촌에는 무장애 여행을 위한 많은 것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장애인 전용주차장이 상당히 넉넉하게 갖춰져 있었고, 장애인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들만 주차된 것이 첫 번째 긍정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열린관광지에 대한 안내서가 없어서 아쉬웠다. |
매표소는 조금 낮게 설치돼 있었으며, 입구에도 휠체어가 들어가기 편하도록 턱이 없는 입구가 마련되어 있었다. 입구에는 다양한 언어의 안내서가 있었으나 열린관광지에 대한 안내서가 없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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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실, 휠체어 대여 등의 배려도 훌륭했다. |
한국민속촌에 입장하니 이곳이 왜 ‘열린관광지’인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건물을 제외하고는 바닥에 장애물이 없었고 모든 식당이나 상가의 입구에는 턱이 없거나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환자, 유모차를 이용하는 아동동반 가족들이 편리하게 통행할 수 있었다.
휠체어 대여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였다. |
입구에 위치한 건물에는 유아 휴게실과 의무실이 있었고,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위한 카트가 주차돼 있었다. 휠체어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대여 서비스도 행해지고 있었다.
하루동안 휠체어를 이용한 주미순(53, 주부) 씨는 “어머니가 바람을 쐬고 싶다고 하셔서 집근처인 민속촌에 왔다. 몸이 좋지 않으셔서 걱정했는데 휠체어 대여가 저렴해서 편하게 어머니와 산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속촌 곳곳에서 무장애 여행를 위한 시설들을 볼 수 있었다. |
울타리가 쳐져있고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에는 간이의자와 함께 장애인 휠체어가 자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체험 전시가 열리는 한옥들에도 경사로가 마련돼 유모차를 끄는 관람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유모차를 사용하는 가족들도 경사로를 편하게 이용했다. |
송병윤(42, 회사원) 씨는 “처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 좀 망설였는데, 직접 와보니 관광지에 턱이 없어서 아이들이 뛰놀기 좋고, 유모차를 탄 아이도 편하게 건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로가 설치되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직접 가본 열린관광지 한국 민속촌은 장애인뿐 아니라 모두가 편하게 통행하고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베리어프리 관광지였다.
두 번째 열린관광지 - 대구 근대골목
두 번째 열린관광지 대구 근대골목. |
두 번째 열린관광지인 대구 근대골목 역시 2015년 선정된 열린관광지다. 여러 역사적 장소와 관광지들이 얽혀 있는 근대골목은 역사탐방의 명소이자, 다양한 먹거리, 사진촬영 명소 등으로 유명하다. 근처에는 속칭 김광석 거리라 불리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도 있다.
잘 정돈된 열린관광지라는 느낌이었다. |
대구 근대골목도 용인 한국민속촌처럼 장애인, 아동, 노인들을 위한 베리어프리에 신경을 쓴 모습이 보였다. 다만 장소 자체가 골목이고 거리다 보니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당황할 수 있는 장애물들이 간혹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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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대구 근대골목이었다. |
하지만 타 지역의 골목에 비해서 상당히 잘 정돈된 거리였고, 위험요소에 대한 관리도 잘 되있는 느낌은 들었다. 상황이 가능한 선에서 최대로 장애물이 없는 거리로 만들어 뒀고, 다양한 볼거리와 전시물들이 마련돼 관광지로서의 가치도 높다는 느낌이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부착된 열린관광지 표식. |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도 열린관광지 팻말을 볼 수 있었다. 김광석 거리는 장애물이 없는 평평한 길이었지만, 일직선으로 뻗은 다소 좁은 느낌의 길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을 때는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지체장애를 가진 관광객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완벽한 관광지였으나 열린관광지로 살짝 아쉬움이 느껴졌다. |
워낙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소인지라 고(故) 김광석 씨의 주옥같은 명곡을 듣거나, 길을 가득 채운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등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었지만, 길에 놓인 좌판들이나 일부 작품들은 길을 가로막는 것들도 있어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섬세한 개선으로 더욱 완벽한 열린관광지가 되길 바라본다. |
대표적 열린관광지 두 곳을 둘러본 결론은 우리나라의 무장애 여행은 현재 적극적으로 그 인프라를 넓혀가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점이었다. 다만 정부부처와 지자체까지 범위를 확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장소나 조건에 따라 완벽한 베리어프리가 힘든 경우도 있어 부가적인 서비스가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한민국의 무장애 여행이 가야할 길
직접 세계를 여행하고, 무장애 여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스린 씨. |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무장애 여행이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장애인을 위한 숙박업체를 소개하는 ‘어코머블(Accomable)’이란 스타트업을 만들고, 최근 에어비엔비와 힘을 합친 스린 마디팔리(Srin Madipalli) 씨다. 에어비앤비 접근성향상부서 총괄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기도한 스린 마디팔리 씨는 장애를 극복하고 전 세계 각국을 여행했다. 여행을 통한 깨달음으로 지금은 다른 장애인들 역시 불편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장애인들 위한 조건을 갖춘 숙소를 매칭하는 사업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접근성 외에도 식사, 숙박 등의 부분도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스린 마디팔리 씨는 “장애인들의 여행을 생각할 때, 단순히 관광지 접근과 통행의 불편함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 멋지고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숙소’ 역시 매우 중요하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의 경우 숙소의 선택 자체가 가장 큰 난관이 된다.”고 말했다.
사실 1박 이상을 해야 하는 장거리 여행을 갈 때 장애인들에게 가장 큰 불편을 주는 것은 숙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장애인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숙소들이 많지 않고, 이에 대한 정보도 얻기 힘든 상황이다.
스린 마디팔리 씨는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한 숙소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다. 미국 디즈니랜드 근처의 장애인 편의 숙소는 약 18개월의 예약이 꽉 차는 것도 다반사다. 한국 역시 장애인을 위한 숙소나 식당 등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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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
또한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프라,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들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바깥으로 많이 나와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조언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명동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관광객들을 위해 자연스럽게 경사로를 만든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스린 마디팔리 씨는 “한국에서도 무장애 여행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양한 인프라가 마련되고, 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한국에서도 장애인들이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장애 여행에 대해 뜻깊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
스린 마디팔리 씨의 말처럼 한국에서 무장애 여행이 더욱 보편적인 일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행해지는 노력을 지속하되, ‘장애인의 시각에서 본 구체적인 변화’들이 더해져야 한다. 또한 더 많은 장애인들이 용기를 갖고 세상에 나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내외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출처 :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원문보러가기 : http://reporter.korea.kr/newsView.do?nid=148849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