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어르신도 휠체어-유모차도 안전 산행… ‘무장애 숲길’로 봄나들이 떠나요
경사 8% 전후 완만한 숲길
나무 덱과 안전난간 등 갖춰
20개 자치구 37개소 총 69㎞ 조성
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봉제산 무장애숲길 입구에서 만난 박계단 씨(94·여)가 말했다. ‘젊은 시절 산을 좋아했다’는 박 씨는 고령이 돼 산행에 엄두를 못 내다가 2022년 동네에 있는 봉제산에 무장애숲길이 생긴 뒤로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날씨가 안 좋을 때를 빼고는 거의 매일 산을 오른다는 그는 지팡이를 짚긴 했어도 허리가 곧고 다리에 큰 불편이 없어 보였다. 박 씨는 “(무장애숲길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 경사 완만, 나무 덱과 난간 있어 안전
무장애숲길은 보행 편의만 고려한 길은 아니다. 정비된 길을 만들면 사람들이 숲 안쪽으로 무분별하게 들어가지 않게 돼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고 추가 훼손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 2024년 서울시립대가 제출한 용역 연구에 따르면 망우∼용마산 구간 훼손지가 무장애숲길 조성 후 일부 복원되었다.
무장애숲길 조성 후 보행 약자는 물론 가족, 연인 등 산행객 수가 늘어나면서 시와 각 자치구는 숲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도 마련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봉제산 무장애숲길에도 책 쉼터, 유아숲체험원, 풋살장, 놀이터 등이 있었다. 날이 풀려서 친구들과 축구하러 나왔다는 유환희 군(12)은 “걸어올 수 있는 거리에 이런 시설이 있어서 정말 좋다”며 “가족들과 가볍게 산책하러도 자주 온다”고 했다.
어린이 동반 가족이 많이 찾는 것을 감안해 체험 교육을 운영하는 무장애숲길도 적지 않다. 이날 봉제산 책 쉼터 건물 앞에서도 4월부터 운영될 생태숲환경교실 맛보기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환경 교사가 무장애숲길 입구 한 연못에서 개구리알을 꺼내 보여주자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탄성을 내지르고 “올챙이는 언제 나와요? “개구리알은 왜 여러 개가 붙어있어요?”라며 질문을 쏟아냈다. 무장애숲길 환경교실은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 전망대 포함 남산하늘숲길 10월 개소
무장애숲길마다 매력이나 장점이 달라 ‘도장 깨기(어떤 일에 차례로 도전하는 것)’도 해볼 만하다. 노원구 불암산 무장애숲길은 철쭉동산이 유명하다. 수락산 무장애숲길에선 자연휴양림과 연계해 더 많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고, 성북구 개운산 무장애숲길에서는 명품 도심 전망을 관람할 수 있다. 오금근린공원 무장애숲길은 폐쇄된 배수지를 이용한 휴식 공간과 인공폭포, 정자가 있는것이 특징이다. 서대문구 안산 무장애숲길은 산을 한 바퀴 두르는 긴 순환 코스를 갖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무장애숲길 23개소를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다. 10월에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남산에 선셋 전망대, 계곡전망다리, 모험놀이 덱을 포함한 무장애숲길 ‘남산 하늘숲길’이 문을 연다. 시 관계자는 “아직 무장애숲길을 통합 안내하는 사이트가 없는데 통합 안내체계를 검토 중에 있다”며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언제든지 자연과 함께하는 힐링과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무장애숲길 조성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출처 : 동아일보(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50309/131172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