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럼] 누구나 여행 가능한 제주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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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포럼] 누구나 여행 가능한 제주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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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포럼] 누구나 여행 가능한 제주를 그리며
 
안은주  |  입력 2021.06.28 12:07|
 

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비상임 논설위원

제주올레 길을 내던 초창기, 장애인이 올레를 즐길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부끄럽게도 그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장애인도 올레길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질문을 받은 뒤에야 반성하고 휠체어 코스를 개발했다.

기존 올레 코스 가운데 경사도가 심하지 않고 조금만 손을 보면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구간을 찾아내 휠체어 코스 표지를 설치했다.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올레길 구간 10여 곳을 열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서는 점자책을, 청각 장애인을 위해서는 오디오 책을 제작해 보급했다. 휠체어 코스 개장식 날, '몇 년 만에 처음 외출해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볼 수 있게 해줘 고맙다'라고 울먹이던 한 장애인 올레꾼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 휠체어 코스 주변조차 휠체어를 타고 드나들 수 있는 화장실도, 장애인 전용 콜택시도, 식당도 턱없이 부족하다. 올레길이야 어찌어찌 손보며 개선할 수 있겠지만, 길 주변의 편의시설과 시스템은 우리 힘만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있는 곳은 현재 법으로는 300㎡(약 90평) 이상의 매장이다.

고백하자면 제주올레여행자센터조차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공간이다. 센터 조성 당시 유니버설 디자인(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재원과 옛 건물이 가진 한계와 법규 속에서 몇 달을 고민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설계를 시도하다 결국 포기하고 숙제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복권수탁사업자 ㈜동행복권(대표 조형섭)과 이야기를 하다 오래 묵힌 숙제를 해결해보기로 했다. ㈜동행복권은 복권 판매를 통해 조성된 기금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 설치에 지원해온 기업이어서 뜻이 잘 맞았다. ㈜동행복권과 (사)제주올레는 오는 7월 1일부터 한 달간 제주여행 환경 개선을 위한 '누구나 여행'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신체적인 배려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이 원하는 제주 여행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집단 지성의 힘을 빌어보기로 한 것이다. (사)제주올레가 휠체어 코스를 조성하면서 장애인이 여행하기에 불편한 점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 것처럼, 장애인 또는 사회적 약자의 눈으로 봤을 때 개선해야 하는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공모전이다. 자세한 내용은 동행복권과 제주올레 홈페이지(dhlottery.co.kr, www.jejuoll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모전에 출품된 우수한 아이디어는 포상하고, 추후 신체적 약자를 위한 제주여행 환경 개선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동행복권이나 제주올레가 직접 개선할 수 있는 것은 개선하고, 행정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제주도청이나 시청에 적극 제안할 계획이다. 다행스럽게도 제주도는 지난 2월부터 사람 중심의 안전하고 편리한 제주 조성을 위한 '제2기 제주 유니버설디자인 기본계획(2021~2025)'을 확정 고시했다. 이에 따라 유니버설디자인 문화 확산 사업과 유니버설디자인 시범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눈과 마음으로 제주 여행 환경을 개선해 누구나 여행할 수 있는 제주를 하루라도 빨리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권리를 존중받는 길이니 말이다. 
 
안은주 webmaster@jemin.com

출처 : 제민일보
원문보기 :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1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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