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통의 여행, 벽을 넘어서(5)진단, 경남 열린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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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통의 여행, 벽을 넘어서(5)진단, 경남 열린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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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통의 여행, 벽을 넘어서(5)진단, 경남 열린관광


손 보태고 머리 맞대면 열리는 우리 모두의 보통의 여행


모두를 위해 문턱을 낮추는 열린 관광은 보통 관광지 시설 개선으로 시작한다. 휠체어 이용자도 다닐 수 있는 나무 데크길을 만들고, 관광지 안내판에는 점자 설명을 곁들이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이뤄진다.

 

하지만 물리적 시설 개선 하나만으로 여행의 장벽을 넘어 훌쩍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관광지 시설 개선과 함께 각 방문지를 이어주는 콘텐츠 마련, 교통 문제 해결, 인식 개선 등 다양한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 비로소 동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경남의 열린 관광 현주소는 어떨까. 진주·남해 등 기초 지자체 단위에서 일찌감치 무장애 도시를 표방하고 나서기도 했지만, 열린 관광 측면에서는 관광 시설 개선에 방점이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민간 차원에서 무장애 관광에 초점을 맞춘 여행사가 활동에 나서는 등 다양한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힘에 부친다.

 

경남도 정책 이분화=모두를 위한 관광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은 이끌어야 하는 주체는 어디일까.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당국은 관광 관련 부서와 장애인 관련 부서 중 어디서 이를 맡아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기 쉽다. 국내 무장애관광도시(현 무장애 관광 연계성 강화 사업) 1호 강릉시의 경우 초기에는 장애인 부서가 시설 개선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관광을 얘기하는 거라고 보고 관광개발과가 사업을 가져와 강릉관광개발공사와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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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의 ‘장애인 세상보기 버스(휠체어리프트)’를 타고 경남장애인종합복지관이 마련한 장애인 맞춤 여행 ‘감동

여행’에 나선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경남장애인종합복지관


경남도의 열린 관광 정책은 관광개발국과 복지여성국으로 양분돼 있다. 먼저 관광개발국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관광 접근성 관련 공모 2(열린관광지 조성, 무장애 관광 연계성 강화)을 각 시·군에 공유하고 참여를 독려한다. 공모에 선정되면 사업 예산 일부를 지원한다.

 

열린관광지 조성은 열린 관광 환경 조성을 목표로 문체부가 한국관광공사와 2015년부터 진행 중인 사업으로 지금까지 전국에서 관광지 182개소가 선정돼 시설 개선 등을 완료했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경남은 2015년 통영케이블카 1개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23개소가 선정됐다.

 

무장애 관광 연계성 강화사업은 전국 단 1곳을 선정해 관광 교통, 관광 상품, 관련 시설 등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에 3년간 국비 최대 4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1호 도시로 강원 강릉, 2호 도시로 울산이 선정된 바 있으며 3호 도시 선정을 위한 공모가 진행 중이다.

 

공모 전달자 역할은 착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경남도 관광개발국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거나 준비 중인 열린 관광 정책·사업이 전무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순신 장군 테마나 남해안 관광 활성화 등 굵직한 공약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장애인 겨냥 정책 시동=이와 달리 경남도 복지여성국 차원에서는 최근 장애인의 관광·문화·예술·체육 활동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애인복지 브랜드 경남 장애인 세상 든든을 통해 관광 접근성 향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감동이 있는 동행, 장애가 없는 여행을 위한 장애인 세상 보기 사업을 통해 장애인 세상 보기(휠체어 리프트) 버스 운영 리조트 등 장애인 이용료 할인 숙박업소 확대 도내 식당·카페 등 장애친화업소 발굴 등에 나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버스 탑승이 어려워 여행의 기회가 부족했던 휠체어 이용자 등을 위해 마련한 장애인 세상 보기(휠체어 리프트) 버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업 수행 기관 서진항공여행사에 관광버스를 휠체어 리프트와 휠체어 전용 좌석을 갖추도록 개조하는 비용과 일부 인건비,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오는 2029년까지 도내 장애인은 단체여행 신청 시 일반 판매가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장애인 세상 보기 버스가 포함된 여행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경남도와 여행사가 공동 개발한 장애친화 여행상품은 물론 수요자가 원하는 여행 상품도 이용할 수 있다.

 

도내 장애인 복지회관이나 장애인 단체, 장애인 학교 등이 문을 두드리면서 운영을 시작한 지난 4월부터 10월 말까지 6개월여 44건의 여행이 진행됐다.

 

장애인 세상 보기 버스를 통해 올 한 해 9차례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감동 여행에 나선 천동주 경남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는 과거 리프트 버스가 없을 때는 이런 여행 자체가 불가능했다버스가 생기면서 여행 사업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도내 식당, 카페, 숙박업소 중 장애인편의시설이 갖춘 업소를 경남도 장애친화업소 든든자리로 인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13, 올해는 2곳 등 지금까지 15곳이 선정됐다.

 

도내 민간 기업과 사회 공헌 협약을 맺고 장애인이 호텔·리조트를 30~40% 정도 할인가에 묵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책도 진행 중인데, 현재 거제·통영·양산·밀양·함양의 8개 숙박업소에서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든든자리인증과 호텔·리조트 협약 모두 지난해 시작해 아직 민간업체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참여 업체 수나 지역 분포를 확대하는 것이 과제로 보인다.

 

경남관광재단 사업 중단’=경남도가 최근 새로운 사업 추진에 나선 반면 경남관광재단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지난 2021년 장애인만이 아닌 고령자나 영유아 동반 가족 등 모든 관광 취약 계층에게 보통의 삶을 선물하겠다며 관광 약자 여행 지원사업을 통해 3개월간 300명의 관광 약자에게 도내 열린여행지 방문을 지원했지만 이후 중단됐다. 당시 경남관광지원센터TF가 사업을 맡았는데, 연간 평가 과정에서 기업 지원 부서보다는 관광 관련 부서가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경남관광재단은 이듬해인 2022년 관광약자도 즐길 수 있는 웰니스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홍보하기 위한 관광약자 웰니스 여행상품을 만들었다. 부산의 무장애여행사 복지플랜과 손잡고 시각장애, 지체·지적장애, 노약자를 위한 맞춤형 관광상품 3종을 만들고 온라인 플랫폼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11번가, 위메프 등을 통해 판매했다. 부산에서 출발해 함양·산청 거제·통영 거창·합천 등으로 향하는 3개 코스를 운영했는데 5회에 걸쳐 127명이 이용했다.

 

다만 당초 사업 기간이 20221018일부터 129일까지 채 2달이 되지 않았고, 상품 이용 기간은 16일에 불과했던 탓에 이후 온라인 상품 판매는 중단됐다. 다행히 당시 만든 상품을 복지플랜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하고 개별 여행으로 의뢰하는 방향은 열려 있다.

 

이외에도 복지플랜이 문체부·한국관광협회중앙회 공모 ‘2024 열린 여행상품 공동 프로모션에 당선돼 출시한 김해·부산 당일치기 고성·통영 당일치기 등 2개 상품도 현재 여행 시장에 출시돼 있는 상태다.

 

민간에서 꾸준히 사업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경남관광재단은 2022년을 마지막으로 열린 관광 관련 눈에 띄는 행보가 없다. 모든 사업이 중단됐고 관련 부서나 담당자가 역시 없다. 새롭게 준비 중인 사업 역시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설 접근성 외에도 관심을”=민간에서는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이 보다 넓은 시각에서 열린 관광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도내 관광업계 종사자 A씨는 문제는 모두 하드웨어에만 집중한다는 거다. 지자체마다 경사로 설치 등 물리적 제약만 생각하더라시간과 돈을 들여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만큼, 그 안에 들어갈 소프트웨어를 알차게 꾸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체험 여행이 트렌드인 시대, 관광 약자도 즐길 수 있는 지역 음식 요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가능하지만 이런 콘텐츠를 민간 차원에서 아무런 예산 지원 없이 개발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하다.

 

관광지 간 연계성 강화도 요구된다. 한 곳에만 머물 것이 아닌 이상, 이동 약자에게 관광지에서 다른 관광지 혹은 식음료·숙박업체로 이동하는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휠체어 리프트 차량을 보유한 기초 지자체 단위 복지관이나 특수 학교 등에 대금을 지불하고 차량을 빌릴 수 있냐고 물어봐도 퇴짜맞기 일쑤다. 이 때문에 차라리 기초 지자체 차원에서 시내 저상 버스 1대를 지역 내 주요 관광지를 순회하는 시티투어 버스로 전환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가장 절실한 부분은 공무원이나 관광 관련 기관·업체 종사자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다.

 

기초 소양이 부족하다 보면 관련 사업을 하더라도 실용성이 없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데, 진주성 촉석루 출입문에 문턱을 넘으라고 설치한 석재 경사로 경사가 가팔라 정작 장애인 당사자 이용은 쉽지 않은 점 등이 전형적인 사례다.

A씨는 대단한 예산을 들이지 않더라도 접근성 문제에 눈을 뜬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모든 시설에 휠체어 리프트나 경사로를 설치하진 못하더라도, 높은 경사를 미리 알려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작은 변화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했


출처 : 경남일보

원문기사 : https://www.g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0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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