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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수학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작성일 : 2016-12-05 11:56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261 첨부파일 : 1개

수학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21

 

 

“어머니, 지금 공항에 가고 있어요. 네, 기분 좋아요.”

은성이가 초등학교 졸업 앞두고 수학여행을 갑니다. 김해공항으로 가는 관광버스 안에서 어머니와 잠시 통화했습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설렘,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분을 전했습니다.

탑승 수속은 일사천리로 마쳤습니다. 평소 쓰던 휠체어에 타고 보안 검색대를 지났습니다. 보안검색대가 따로 있어 기다리지 않았고요. 승무원 여러 명이 도와 편안하게 탑승했고, 가장 먼저 탔습니다. 따라간 시설 직원은 달리 할 일이 없었습니다.

체험학습이나 소풍 같은 학교행사에 시설 직원이 동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전에 학교와 시설이 의논합니다.

장애가 있는 학생이 학교 외부 행사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학교나 선생님이 경험이 없고, 야외활동이 많으면 더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시설 직원의 동행을 요청하는데, 월평빌라는 대체로 응합니다. 한두 번 함께해 보면 시설 직원의 도움은 줄고 학교, 선생님, 학생들이 감당하는 요령과 능력이 늘어납니다. 그때를 기다리며 동행합니다.

은성이는 체험학습이나 소풍 같은 학교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했고, 학교에서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수학여행은 일정이 길고 야외 활동이 많아서 시설 직원이 동행했습니다.

2박 3일 제주도 수학여행, 첫 장소는 한림공원이었습니다. 평소 은성이와 친한 윤규(가명), 대익(가명), 태형(가명)이가 은성이 휠체어를 서로 밀겠다고 다투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돌아가며 돕기로 했습니다. 휠체어 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원 곳곳을 누비며 안내문 읽어 설명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은성이 형 봐야 되니까 조금씩 비켜.”

희귀한 뱀이 있는 울타리에 아이들이 몰리자 태형이가 나서서 은성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남자 아이들과 한 차례 어울리고 나니, 이번에는 통합반 담임 선생님과 여자 아이들이 은성이와 함께했습니다. 은성이를 도우려고 따라간 학교 도움반 선생님과 시설 직원은 아이들에게 은성이를 또 빼앗겼습니다.

둘째 날, 천지연폭포를 거처 대포주상절리에 갔습니다. 도움반 선생님이 우산 두 개로 은성이를 가린다고 가렸지만 몰아치는 비를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엄청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맨 앞에 갔습니다. 운동화, 양말, 바지, 휠체어 커버가 다 젖었습니다. 쏟아지는 비와 천지연폭포는 묘하게 조화로웠고 웅장했습니다.

둘째 날 은성이 옆자리는 도움반 선생님이 차지했습니다. 올해 부임한 선생님이 은성이와 앉고 싶다 해서 내드렸습니다. 선생님 아이패드로 사진을 보고 야구를 보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은성이와 선생님이 많이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 용머리해안 절벽 아래에 다녀오는 동안 은성이는 절벽 위에서 쉬었습니다. 은성이 왼쪽에 도움반 선생님, 오른쪽에 시설 직원이 앉았습니다. 젖은 신발 벗고, 아이스크림 먹으며, 바닷바람에 발을 말렸습니다.

둘째 날 밤이자 수학여행 마지막 밤이 아쉬웠습니다. 은성이 용돈으로 간식 사서 친구들 방에 놀러갔습니다. 은성이가 한턱낸 겁니다. 은성이를 잘 챙기는 주혁(가명)이에게 부탁하고 시설 직원과 학교 선생님은 빠졌습니다.

수학여행 마지막 날, 시설 직원은 인솔 책임을 맡은 교감 선생님을 찾아가 인사드렸습니다.

“이번 수학여행에 교감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이 배려해 주셔서 정말 편하게 쉬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뭘요. 내가 뭐 한 게 있습니까. 선생님이 고생하셨지요. 은성이한테도 좋은 경험이었을 겁니다.”

성산일출봉에서도 비바람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투덜대며 우산과 우의를 챙겨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은성이도 올라갈 수 있을까 망설이는 찰나, 마지막 장소인데 한번 가 보자는 도움반 선생님의 말씀에 용기를 냈습니다. 은성이도 가고 싶어 했고요.

휠체어에 타기는 탔는데 비바람 때문에 몇 발자국 나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우비가 있어도 소용없었지만 그마저 날아가고, 은성이와 도움반 선생님, 시설 직원은 금세 홀딱 젖었습니다.

성산일출봉이 근사하게 담기는 어디쯤에서 학급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찍기 바쁘게 아이들은 곧장 버스로 뛰었고, 은성이도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두고두고 이날을 추억할 겁니다. 이곳에 다시 오기라도 한다면 태풍을 맞서며 찍은 사진이라고 영웅담처럼 이야기하겠죠. 그 사진 속에 은성이도 함께했다는 걸 기억하기 바랍니다.

제주도에서 만난 1호차 기사님은 내내 은성이를 배려했습니다. 버스에 오르내리기 쉽게 가능한 한 관광지 입구와 출구 가까이 주차했습니다. 휠체어 바퀴도 고쳐 주었고요. 선물 가게에서 얻은 감귤빵을 은성이에게 줬는데, 은성이가 맛있게 먹고 감사 인사 크게 하니 한 봉지 더 갖다 주었습니다. 너무 많아서 친구들과 나눠 먹었습니다. 1호차 기사님 덕분에 편안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담임 선생님이 은성이를 칭찬했습니다.

“우리 6학년 1반이 한 명도 다치지 않고 잘 다녀와서 고맙다. 특히 은성이가 가장 씩씩하게 잘 놀았다. 다른 아이들은 비 오는데 나간다며 짜증내는데, 은성이는 웃으면서 잘 다니더라. 선생님은 은성이가 아플까봐 다칠까봐 걱정 많이 했는데, 짜증 내지 않고 투정 부리지 않고 신나게 잘 즐겨줘서 고맙다.”

은성이가 수학여행에 참여한다고 학교에서 세심하게 준비했습니다. 비행기와 버스에서 은성이 좌석은 항상 맨 앞자리였고, 은성이가 타는 차에 체육 선생님이 매번 함께 탔습니다. 체육 선생님은 은성이 타고 내릴 때, 휠체어 싣고 꺼낼 때 도왔습니다. 은성이와 시설 직원의 방을 따로 잡아줬는데, 그 방은 현관과 로비에서 가장 가까웠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은성이가 부모님께 연락드렸습니다.

“어머니, 잘 다녀왔어요. 네, 재미있었어요. 비 엄청 왔어요.”

시설 직원은 학교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 드렸습니다.

담임 선생님에게 보낸 문자.
‘은성이 씻고 누웠습니다. 2박 3일 동안 애 많이 쓰셨어요. 은성이를 6학년 1반 학생으로 똑같이 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여행이 은성이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은성이에게 참 잘하더군요. 평소 선생님께서 많이 신경 쓰시는 게 느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푹 쉬세요.’

담임 선생님의 답장.
‘제가 6학년들 챙기느라 더 많이 신경 쓰지 못해 죄송한 걸요. 오늘은 제가 휠체어 밀며 이야기 나누려 했는데 아쉬웠어요. 다음에 아이들과 은성이 집에 놀러가겠습니다.’

도움반 선생님에게 보낸 문자.
‘은성이 씻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출발 전에는 부담이 컸는데 지날수록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께서 잘 챙겨주시고 신경 써 준 덕분입니다. 은성이가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떠올릴 좋은 추억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생각을 나눠서 좋았어요. 선생님처럼 속 깊고 자상한 분이 은성이 곁에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애 많이 쓰셨어요. 감사합니다. 푹 쉬세요.’

도움반 선생님의 답장.
‘저야말로 은성이와 추억을 남겨 너무 좋았습니다. 든든한 선생님이 계셔서 어디든 넉넉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학교 선생님이 은성이 BAND(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부모님이 쓴 댓글.
‘비도 오는데 선생님들 너무 수고 하셨네요. 행복과 즐거움을 얼굴 표정으로 말해 주네요. 참 예뻐. 한 장 한 장 모두 소중하게 간직하렵니다. 감사합니다. ♡^^♡’

은성이의 일기.
‘비행기를 탔습니다. 비행기가 빨리 갔습니다. 타 보니까 너무 재미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친구들이 휠체어 밀어줘서 재미있었습니다. 친구들하고 밥을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바람 많이 부는 데 갔습니다. 비도 왔습니다. 옷이 다 버렸습니다.’ 은성이가 말하고 시설 직원이 받아 적었습니다.

*2014년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2박 3일 수학여행을 지원한 임우석 선생님의 글과 말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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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시현 (refree@welfa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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