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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청도 한재길 작성일 : 2016-05-20 17:23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522 첨부파일 : 1개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청도 한재길

 

 

은빛 골짝의 짙은 미나리香…꽃들도 취한다

한재골의 미나리 하우스. 한재의 봄은 꽃보다 미나리다.



분홍 꽃 따라 한참을 오르내리는 산길

상사마을 지나 밤티재 ‘한재길 초반’

고개 넘으면 4개 산에 폭 감싸인 상리

그 아래 평양·음지·초현리까지 한재

미나리철이면 고갯길 버스행렬 장관

상리 초입서 마을 가로질러 산 중턱

염수재 앞 벼랑 老巨樹 배꽃도 일품



청도길은 꽃사태였다. 차 드문 길에는 몇몇 사람들만이 온전히 꽃을 누리고 있었다. 운이 좋거나, 고양이 같은 촉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화악산 아랫자락 구만마을로 접어들자 세상은 달라졌다. 아직 새 잎을 터트리지 않은 감나무들이 그로테스크한 가지들을 펼쳐 하늘을 떠받치고 있었다. 하늘은 무거웠고, 한동안 그러한 산길이 이어졌다.

한재길 상리에 들어서자 길은 벚꽃 천지다.



◆큰 고개 한재

태가 단정한 길이다. 한동안은 집도 밭도 없는 그저 산길이다. 눈에 보이는 비탈은 온건한데, 점점 힘겨워하는 바퀴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몸에 전해온다. 오른쪽에는 화악산, 왼쪽은 남산, 두 개의 산자락을 밟으며 오른다. 잠시 후 흐드러진 개나리 무리가 길가에 이어진다. 길에는 안개처럼 촉촉한 비가 먼지잼으로 내렸고 약간의 한기가 떠돌고 있었다.

개나리의 읍(揖)을 지나면 진분홍의 참꽃들이 숲 속에서 고개를 내민다. 호기심 많은 숲의 요정처럼 몰래 내다보지만 그 빛깔은 숨겨지지 않는다. 그 즈음의 산은 연초록의 잎들로 드문드문 얼룩져 있다. 그러면 곧 마을이다. 숲 속에 마을이 있음을 들머리가 귀띔해준다. 사리골에 들어서면서 길은 가팔라진다. 제법 큰 규모인 상사마을을 지나 훌쩍 밤티고개를 넘는다. 고개 주변으로 밤나무가 지천이라 밤티재다. 여기까지가 한재 길의 초반이자 절반이며 여기서부터 길은 하강한다.

밤티재를 넘으면 상리다. 화악산은 철마산으로 이어지고, 남산은 오산으로 이어진다. 이 네 개의 산으로 폭 감싸인 마을이 상리다. 그 아래로 평양리, 음지리, 초현리가 이어진다. 한재는 원래 상리에서 초현리까지를 말한다. 큰 고개라는 뜻인데, 청도향토사학회에서는 골이 길고 오래된 길이라 정의한다. 요즘은 이 골짜기 전체를 한재라 부르는 사람이 많다. 구만마을에서부터 초현리까지, 네 개 산을 거쳐 오르내리는 길. 길의 이름도 ‘한재로’다.

염수재 앞에 서있는 청도 상리 돌배나무. 약 200년된 노거수로 키는 18m 정도다.

청도김씨의 시조인 영헌공 김지대의 재실, 염수재. 한재길과 상리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봄을 여는 맛, 한재 미나리

상리에 들어서면서부터 다시 세상이 바뀐다. 길은 분홍빛이고 골짜기는 흰빛이다. 하늘은 여전히 무거운데, 한재골은 날아갈 듯 사뿐하다. 꽃은 저 모퉁이에서부터 길을 삼키며 다가온다. 꽃의 목구멍을 통과해 심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꽃은 심장도 빛난다. 참으로 호사로운 봄 꽃길이다.

그러나 지금 한재는 꽃보다 미나리다. 저 골짜기를 가득 메운 하얀 비닐하우스들이 죄다 미나리 밭이다. 한재미나리는 1년에 딱 한 번 수확한다. 2월에서 5월까지 밭마다 시기를 조정해 수확한다.

한재에서 미나리를 수확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초고속으로 퍼져나가면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한재를 넘는 장관이 펼쳐진다. 2월 초에서 3월 중순경의 미나리는 아삭하면서도 부드럽고, 3월 하순이 넘어가면 그 향이 짙다. 5월을 넘기면 미나리가 질겨져서 자체적으로 생산을 금지한다. 지금 미나리는 향이 가장 짙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

옛날에는 밤나무와 감나무를 주로 키웠다고 한다. 미나리는 1965년경부터 한재골 사람들이 가정에서 소비할 요량으로 조금씩 재배했다. 미나리는 쑥쑥 잘 자랐던 모양이다. 1980년대 들어 조금씩 청도 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고 1994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미나리 무농약 재배 품질 인증을 받았다. 지금 한재골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미나리 재배 단지로 한 해 1천800t의 미나리를 생산한다.

한재 땅은 화산암이라 한다. 배수가 잘 되니 일부러 물을 갈아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물갈이가 된다. 화악산에서 흘러내린 물과 지하 200m 이상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로 미나리를 키운다. 지하수는 한겨울에도 따뜻하다. 그래서 미나리 비닐하우스에는 보일러 시설이 없다. 미나리 밭 사이로 물길이 보인다. 저 물길은 평양리와 음지리, 초현리를 지나 평지로 내려선다. 그리고 유천어구와 만난다. 이 물줄기의 발원지가 한재골 상리다.

◆상리의 돌배나무 노거수

“아주 오래된 돌배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있지, 저 우에 재실에. 가볼라꼬? 우로 조금 올라가다 보믄 길 옆에 아래로 내려가는 샛길이 있어. 거기서 개천 건너 쭉 가면 된다. 고 앞까지 탁 갈 수 있다. 길가에 재실 새겨 논 돌이 있니라.”

슈퍼마켓 아주머니는 계산 기다리는 사람을 망부석으로 세워 놓고 돌배나무가 있는 장소를 설명하는데 열을 내신다. 꽃에 홀렸는지 미나리 향에 취했는지 길을 지나쳤나 보다. 왔던 길을 되돌아 집중한다.

밤티재 넘어 상리 초입에서 마을을 가로질러 한참을 들어간다. 길이 좁게 굽이져 슬금슬금 가도 오금이 저린다. 꽃이 피었을 거란 기대만이 전진의 힘이다. 나무는 영헌공 김지대의 재실인 염수재 앞에 있다. 공은 고려 후기의 문신으로 청도 김씨의 시조다. 꽤 깊이 들어간 산중턱. 염수재(念修齋) 대문 앞 벼랑에 배나무가 서 있다.

나무는 천수관음처럼 가지를 펼쳐 상리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스라이 고갯길도 보인다. 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한재길의 연분홍 호사가 끝나고 미나리 밭이 비워질 즈음, 배꽃은 피겠다. 작업복 차림의 아저씨가 염수재에서 나오며 말씀하신다. “지금은 이르고, 20일쯤. 꽃 피면 연락드리리다.” 소문에 의하면, 상리의 배꽃 소식은 아저씨에 의해 전국으로 퍼진다더라.


☞ 여행정보

대구 수성구 파동 지나 가창에서 헐티재 넘어 청도 풍각을 가로질러 나가 신당 교차로에서 902번 지방도 한재로로 들어가면 된다. 가창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팔조령을 통과해 한재로로 갈 수도 있다. 한재마을에는 즉석에서 미나리를 맛볼 수 있는 작업장이 많고 식당도 여럿이다. 미나리는 1㎏ 단위로 판매한다. 길에서 염수재 표지석은 잘 보이지 않지만 ‘돌배나무집’ 이정표를 보고 찾아 들어가면 쉽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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